오늘 복음에는 주님 덕분에 눈을 뜨고 주님의 영광을 볼 수 있게 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우리도 주님께, 주님의 영광을 볼 수 있도록 빛을 달라고 여쭙습니다.

지난 1월 어느 날 오후에 저는 집에서 빨래를 하다가 까만 양말 한쪽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을 다 샅샅이 찾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1주일 뒤에 퇴근해서 저녁 때 집에 오니 잃어버렸던 그 양말 한 쪽이 바닥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1주일 동안 눈이 멀어서 보지 못한 것일가요, 아니면 천사의 기적인가요?

하느님은 기적을 행하시고 눈먼 사람을 치료하십니다.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웃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우리의 교만이 우리를 눈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일할 때 일입니다.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미사를 봉헌하였는데, 여기서 일하시는 오르간 연주자가 시각장애인이라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가 번호를 알려드리면 악보도 없이 외워서 바로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악수를 하여 손만 잡아 보면 누구인지 바로 이름을 알고 인사하였습니다.

어느날 시내에서 길을 걷다 그 장님 오르간 연주자를 만났습니다. 그곳은 성당 앞이었는데, 그분은 친구와 함께 거기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쭸습니다. 어쩐 일로 여기 오셨나요? 그랬더니 앞을 보지 못하는 그분께서 “저는 친구에게 성당을 보여주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저는 과연 잘 보고 있는 걸까요? 앞을 보지 못하는 그 오르간 연주자보다 더 잘 보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