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이번 제1독서에는 시리아 사람 ‘나아만’ 이 나옵니다. 제가 오늘 시리아 출신 가정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시리아 사람들 중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있고 굉장히 열심히 합니다. 그 가족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분들도 저도 외국인이기에 외국인으로서 사는 삶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가 일하는 성당에 나오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이 외국인들입니다. 그들은 신앙생활을 정말 모범적으로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 10 명 중에 외국인인 사마리아 사람 한 명만 돌아와서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성서에 나오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저희도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이 있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나환자를 보신 분이 계신가요? 나병은 완치되는 병입니다. 나병이 있으면 공식적으로는 국가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잘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어떤 젊은이가 나병에 걸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약을 먹고 다 치료를 받았어도 의료 기록이 남아서 장가를 가기 어렵습니다. 이후에 차별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오늘날에도 이렇게 차별이 있는데 2000년 전에는 오죽 했겠습니까. 복음에서 나오는 나병환자들은 감히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했습니다. 저 멀리서 예수님을 부릅니다.

나병은 독일어로 하면 Aussatz 라고 하고 나병 환자들을 Ausgesetzte 라고 합니다. 추방된 삶을, 비참한 삶을 사는 것이 나병환자의 운명입니다. 나아만 장군은 나병이 아니라 피부병에 걸렸는데 빨리 치료받고자 서둘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바로 나병환자로 취급될까봐 두려워서 그랬던 것입니다.

한창 코로나 시기 때에도 누가 기침하면 낙인찍으며 멀리 했습니다. 우리도 바로 나아만처럼 살아야 했죠. 저도 천식이 있어서 기침을 자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저를 멀리 하더군요.

저도 한때 나병 환우와 같이 지냈었는데 그분들에게 힘든 것은 자식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식들은 나병 부모를 찾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잘 하지 않습니다. 나병 부모들이 돌아가시면 장례만 하고 빨리 옵니다. 그래도 그 환우분들은 앉았다 하면 자식 자랑만 하며 자식사랑이 가득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 나병 환자가 300-400명 정도 되는데 한 10 년 정도 지나면 나병 환자 수가 급감할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10명의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치료를 받습니다. 그 중 1명만 주님께 돌아왔고 9명은 자기의 갈 길을 갔습니다. 이 아홉 명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이 아홉 명은 과연 감사한 마음이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들도 눈물을 흘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 1명만 주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렸습니다.

예수님은 다시 주님께 돌아온 이 사마리아인 한 명을 칭찬하십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나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자기 갈 길을 간 그들을 생각해 볼 때 감사한 마음만 갖는 것은 충분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감사한 마음만을 갖고 있는 것을 넘어 회개하여 주님에게 돌아와 가까이 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복음을 함께 선포하기를 원하십니다. 이 아홉 명의 자기 갈 길을 가버린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예수님께 돌아와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구원을 받았습니까. 그들 대부분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닌 것입니다. 주님께 돌아와야 하고 미사에 와서 찬양을 하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함께 하며 주님을 흠숭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10 명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중 1 명은 남고 9 명은 갈 길을 떠납니다. 여러분은 어느 그룹에 속하시고 싶으신 가요? 예수님과 함께 하는 핵심 그룹에 남아, 소위 ‘인싸’ (‘인사이더 (insider)’의 준말) 가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주님과 관계 없이 자기 갈 길만 가는 ‘아웃싸’ (아웃사이더(outsider)) 가 되시겠습니까? 주님이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아홉 명은 어디 갔느냐?’ 물으셨습니다. 우리 말 번역으로 해서 ‘아홉 명’ 이라고 나오는데 원문을 보면 아홉 명을 ‘나머지’ 라고 합니다.

여러분! 핵심그룹에 속해서 떨어져 가지 말고 남아 계셔야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머물러 계십시오. 아멘.


작은형제회 한센병 환우들의 삶터

회개(悔改)

성심원에서 일하시는 스페인 신부님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