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을 빕니다. 오늘 복음은 강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야기 하나로 모든 것을 시사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큰 특징들이 있는데 그 중에 첫번째는 예수님께서 말씀을 거의 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대신 사람들이 대부분 말을 하고 그 가운데 다툼, 분노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사제로 살아가면서 제가 이끄는 공동체 혹은 저의 동료들이 이끄는 공동체를 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할 때 그리고 예수님께 필요한 것만 말하라고 할 때 공동체가 흔들리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와 달리 우리 공동체는 대단히 모범적입니다. 자기 목소리를 높여가며 주장을 관철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예수님을 못박지 않고 예수님을 섬기는 공동체인 것입니다. 성지 주일을 되새기며 예수님께 침묵을 요구하기 보다는 예수님의 말을 듣는 공동체, 즉 듣는 공동체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입니다. ‘듣다’ 가 라틴어로 ‘obedientia’ 입니다. 이것은 순종이란 뜻입니다. 우리가 좋은 계획을 추진하고 성과를 이루기 보다는 주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넷플릭스를 안보시죠? 저는 봅니다. 그런데 휴가 3주 간 넷플릭스를 보려고 하면 1주일만 보면 더 이상 볼 것이 없습니다. 그 수많은 드라마들이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최고의 드라마를 시작하는 기점에 있습니다. 주님의 드라마인 것입니다. 하느님이 쓰시고 그 아들이신 예수님이 완성하십니다. 오늘은 성지 주일이고 목요일에는 주님의 만찬이 있고 금요일에는 주님의 수난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부활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쓸 수 없는 드라마입니다. 지난 기간 동안 신자, 교회, 그리고 세상에게 선포되어 왔던 것이죠.

이 주님의 드라마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가 참여를 하는 드라마라는 것입니다. 목소리를 높여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는 군중 속에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지 주일 시기를 잘 보낼 때 우리가 맡은 역할을 바라보며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뉘우칠 때 큰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부활의 큰 문을 열면서 주님께 자비를 청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