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햇빛이 좋습니다. 이런 아름다움 안에서 우리는 기적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 안에서 기적을 행하십니다. 저는 여태 살면서 실제로 2-3번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과연 기적이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미그로스(Migros) 슈퍼에서 계란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장바구니에 양념 치킨이 있다면 그것은 기적일 것입니다. 또한 남대문에서 손가방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헤르메스 가방으로 바뀌었다면 그것도 또한 기적일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A에서 B로되고, B는 C로되고, C는 D로되고, D는 E로 되는 연쇄 고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이치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련의 과정에 중간 단계가 없어지고 A 가 F 로 되는 것이 기적입니다. 기적은 중간단계를 건너뛰는 것이고 초월입니다.

자연과학은 기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연과학 자체가 알고리즘을 통해, 연결고리를 통해 분석하고 해석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연결고리가 없는 세상은 자연과학자들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넓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없는 것도 많습니다.

자유를 생각해 보십시오. 연결고리로 설명이 되면 자유가 아닙니다. 연결고리로 생각을 해보면 누우면 자고 싶고, 배고프면 먹고 싶으며, 누가 나에게 듣기 안좋은 말을 했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납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인간은 누워도 “자면 안되겠다.” 하는 생각에 잠을 자지 않습니다. 배가 고파도 “사순 시기이기 때문에 식사를 하지 말아야 겠다.” 라고 하며 금식을 합니다. 욕을 들어도 “나는 그리스도인이니 참아야지.” 하며 화를 내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인간은 기적을 사는 인간입니다.

하느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습니다. 그 분은 기적을 통해 일하시고 중간단계를 뛰어 넘으십니다. 중간 단계가 있는 일은 세상의 일부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여기 있는 것도 생각해 보십시오. 기적 아닙니까? 여러분이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것이 기적의 첫번째 특징입니다.

기적의 두 번째 특징은 기적은 근본적으로 엄청난 양으로 이루어집니다. 어떤 암 투병하는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은 6개월만 살 것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 후 그 자매님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사셨는데 6개월이 지났는데 암이 다 나아 버렸습니다. 5명의 의사들도 설명을 할 수 없었는데 이것이 소소한 기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에서 5000명의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고 남을 정도로 빵과 고기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주님의 기적은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관대하시고 너그러우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6동이의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습니다. 한 독은 100리터 인데, 6독은 600리터이고 그만한 양의 물을 순식간에 포도주로 바꾸셨습니다. 그 600리터를 병으로 환산하면 와인 800에서 1000병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퍼다 나눠주라 하십니다.

주님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왜 제가 주님이 멋진 분이신지를 유독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Salzburg을 가면 제가 꼭 방문하는 곳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모짜르트 생가이고 두 번째는 아우구스티노 양조장입니다. 여기에 가면 유대인이 썼을 법한 큰 독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면 돈을 내고 술을 받을 수 있는데 저도 술을 받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제 차례가 되자 술독이 비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 곳 직원이 100에서 150 키로 정도 되는 독을 빼서 풍선 다루듯이 굴려서 보내고 새로운 독을 또 굴려서 박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볼 때마다 Salzburg의 양조장이 생각납니다.

통계를 보니 스위스에 있는 한국인 카톨릭 신자가 10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중 성사 생활자는 얼마나 될까요? 한 100에서 150명 정도 될 것입니다. 와인이 1000병이나 되는데 마시려는 사람들은 100 에서 150명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 너무 슬펐습니다. 마실 술이 이렇게 많은데 마실 사람들이 왜 이리 적은지요.

주님의 은총은 엄청납니다. 여러 분 하나하나에게 1000병 이상의 와인을 각자에게 주셨습니다. 주님의 은총에 취해서 사십시오. 한 번 주님의 은총에 맛 들이면 성사 생활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세상의 술을 마시고 그것에 취해서 진정한 주님의 은총의 맛을 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 맛을 모르고 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은총을 마음껏 맛보고 세상 술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은총을 가져다 줍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