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경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어렸을 때는 수봉산 근처에 살았고 그곳에는 피난민도 많았으며 소방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제가 어렸을 적(4-5세 경) 자다가 가족이 다같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동네에 불이 났던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동네 사람들이 모두 새벽에 나와서 보았습니다.

우리가 9월, 10월이 되면 피정 가는 Engelberg가 있는데 그곳에 불이 많이 났던 곳이 있습니다. 1120년에 지어진 수도원이 그곳인데 2020년 현재까지 900년의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지어진 후 부터 현재까지 4차례의 화재가 있었는데 그 중 3번째 1729년에 발생한 화재가 제일 심했습니다. 그 때에는 1시간 만에 수도원 전체가 다 타버렸습니다. 수도원에 남자아이들을 위한 큰 학교가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 때에는 아이들이 다 집에 돌아가는데 여름 방학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모여서 폭죽을 가지고 놀았었습니다. 가지고 놀았던 폭죽 중에 하나가 성당 첨탑에 가서 화재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수도원장님은 농부들을 불러서 첨탑을 제거하여 화재를 진압하려고 했으나 불길은 삽시간에 퍼져 수도원 전체를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성당, 제의방, 도서관 안에 있었던 주요 물품은 가지고 나와서 다행이었죠. 600년의 역사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 중 놀라운 것은 그 폭죽의 조립 설명서가 아직 보관되어 있고, 그곳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씨를 밭에 뿌리는데 새가 먹어버리기도 하고, 햇볕에 타서 죽기도 하고, 혹은 가시밭에 떨어져 가시 때문에 식물이 자라지 못하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일을 하시지만 그 업적이 사그러지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교회가 부패할 수도, 사제가 타락을 할 수도 있고 또한 공동체가 파괴될 수도 있는데, 새, 강한 햇빛, 가시 등의 작은 원인 하나가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죠.

독서 말씀 지금 기억 나시나요? 이렇게 독서 말씀을 듣고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데 말씀이 우리 안에 뿌리 내리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요. 시편 1편에 “쉐마(Sh’ma) 이스라엘” 이라고 나옵니다. 이 ‘쉐마’라는 말은 첫번째 뜻으로 ‘들어라’, 두번째 뜻으로 ‘해라’ 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에 따라 살면,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하면’ 말씀이 뿌리를 내립니다. 그런데 말씀을 듣고 뿌리를 내리는 마음은 굉장히 드뭅니다. 성자 정도 되어야 될까요. 13억 가톨릭 인구 중에 굉장히 적을 것입니다.

구원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직접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맺으신 열매를 받아모심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진짜 말씀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참된 말씀인 그리스도를 받아모시는 것이 성체성사이고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사를 통해 주어지는 열매를 받아 모시기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마음을 뉘우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