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때 한국에 가서 후배 신부님들을 만나면 몸집이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신부가 되면 여러 가정을 다니면서 식사를 하는데 식사를 잘하는 것이 사제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 열왕기 하권에서 엘리사를 대접하는 수넴 지방의 부유한 여자가 나옵니다.

한국에서 자녀가 사제가 되는 것은 부모님들에게 기쁜 일입니다. 제가 19세에 들어간 수도원에 78세의 수도원장님이 계셨습니다. 그 수도원장님께서는 6.25 전에 출가를 하셨습니다. 외동아들로 홀어머니와 살고 계셨던 그 수도원장님이 출가를 하시던 날 마을 어귀까지 어머니께서 배웅을 나오셨습니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어머니께서 그 수도원장님께 “이제는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 라고 말씀하셨었습니다. 그러나 마을 어귀를 지나 20미터도 채 되지 않아 수도원장님은 어머니가 걱정되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자 어머니께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왜 뒤를 돌아보느냐.”고 호통을 치셨더랍니다. 하도 호통을 치셔서 놀랐던 수도원장님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여태껏 사제로서 잘 살아왔습니다.

반면 스위스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녀가 사제가 된다고 하면 부모들은 자식을 잃은 상실감을 느끼며 반대를 합니다. 지난번에도 사제 형제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였는데 본인들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며 사제의 길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부모가 예수님과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결혼을 할 때 ‘우리 아버지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과 결혼하겠소.’ 라고 이야기 하나요? 그것은 제대로 된 결혼이 아닐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부모님이 신앙생활을 잘 하시니까 내가 성당에 나오거나 내 배우자가 신앙생활을 잘 하니까 내가 성당에 나오는 경우가 있나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이 나중에 스스로 결정을 할 때 신앙의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을 해주시고 확신을 심어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식들이 부모님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할 수 있게 장려해주셔야 하고 섭섭하게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자식들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진정으로 잘 섬기고 사랑합니다. 주님을 마음의 최고 1순위에 놓고 잘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아멘.